“아이를 위한 세상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가?”
아동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은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당연함이 자리 잡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용기와 헌신이 있었습니다.
‘아동도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진 존재’라는 인식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만들어졌으며, 그 중심에는 아동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권리를 실천으로 옮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아동권리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세 인물 – 야누스 코르착, 에글렌타인 젭, 소파 방정환을 통해 아동권리의 역사와 의미를 되짚어보려 합니다.
아동권리 사상을 이끈 세 사람의 이야기
1. 야누스 코르착 (Janusz Korczak, 1878~1942)
“아이도 지금 이 순간의 완전한 인간이다.”
폴란드 출신의 의사이자 교육자인 야누스 코르착은 1912년 유대인 고아들을 위한 어린이집 ‘Dom Sierot’을 설립하며 아동 중심 교육을 실천했습니다.
그는 아동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자기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존재로 인식했고, 고아원 운영을 통해 아이들에게 존엄과 자율을 가르쳤습니다.
가장 감동적인 일화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고아원 아이들과 함께 나치 수용소로 이송되면서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아이들과 함께 죽음을 선택한 장면입니다.
그는 아이들이 세상에서 버림받지 않았다는 것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동으로 보여준 아동 인권의 진정한 실천자였습니다.
그의 사상은 이후 UN 아동권리협약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아이를 존중하라”는 그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아동교육의 뿌리로 남아 있습니다.
2. 에글렌타인 젭 (Eglantyne Jebb, 1876~1928)
“국적도, 종교도 상관없다. 아이는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굶주리고 고통받는 아이들을 본 젭은 1919년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 Fund)’**을 설립합니다.
특히 전범국 독일의 아이들까지도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은 당시로선 매우 급진적이었지만, 진심이었기에 세계를 움직였습니다.
그녀가 발표한 **‘아동권리 5대 선언’**은 1923년 UN의 제네바 선언으로 채택되어, 오늘날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한 명의 아이라도 더 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 아이가 어떤 나라, 어떤 종교를 가졌든 상관없습니다."
이 말은 지금도 세이브 더 칠드런의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3. 소파 방정환 (1899~1931)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공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권리 운동가, 소파 방정환은 일제강점기의 억압된 현실 속에서도 아동을 위한 교육과 문화 운동에 헌신했습니다.
그는 유교적 장유유서 문화를 비판하며, 어린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923년, 그는 한국 최초의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어린이 공약 3장’**을 선포했습니다.
이 공약은 당시 어린이를 억압했던 사회 구조에 도전하며 아동 권리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어린이를 경제적·윤리적 억압에서 해방하고, 어린이가 배우고 놀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의 메시지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아동의 권리를 말하는 건, 곧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야누스 코르착, 에글렌타인 젭, 소파 방정환.
세 사람의 공통점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아이들을 지금 이 순간의 ‘존재’로 존중하고, 아이 스스로가 삶을 선택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으로 옮긴 사람들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유아교육에서 강조하는 ‘아동 중심 교육’, ‘놀이 중심 교육’, ‘표현과 참여’는 이들의 철학이 살아 있는 교육입니다.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은 이제 더 이상 ‘보호’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존중과 참여, 자유와 권리가 실현되는 유아교육 현장이야말로, 아동권리 사상이 숨 쉬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